잡설

서노 일본 여행기

서노명노 2023. 7. 19. 00:39

 

지난주 7월 12일(수)부터 7월 16일(일)까지 4박 5일 간 일본 도쿄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따로 적을 마땅한 장소가 없기에 블로그에 적긴 하지만 누구에게 보여주려는 목적보단 저 혼자 여행 과정을 복기하면서 정리하려는 목적의 글이기 때문에 내용이 다소 두서없고 난잡할 예정입니다. 어차피 누가 보지도 않을테니 상관은 없지만요ㅋㅋ

 

저랑 친구A, 친구B 이렇게 셋이서 갔다왔습니다. 여행을 가장 처음 가자고 한 건 A지만, 어쩌다보니 모든 계획과 일정, 비행기나 숙박 등은 제가 짜게 되었습니다. 사실 전 원래 여행 계획 짜는걸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불만은 없고 오히려 제 입맛대로 저한테 딱맞는 계획을 마음껏 짤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희 셋은 모두 상당한 중증의 씹덕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목적지는 아키하바라, 메인 컨텐츠는 전부 씹덕질로 채워지게 되었습니다. 여행을 가기 전에는 몰랐는데 저희 세명의 씹덕에 대한 관심사가 정말 자로 잰듯이 아래 그림같은 모양이 되더라고요. 첫날에 그걸 느끼곤 둘째날부턴 제 재량으로 일정을 즉석에서 이리저리 손봐서 각자 만족할만한 일정 분량을 조절해서 다녔던 것 같습니다. 일정은 항상 빡빡하게 짜되, 언제든 자유자재로 변형 가능하게 하라는 말을 인터넷에서 주워들은적이 있는데, 확 체감이 되더라고요.

사실 이 그림보단 가운데 세 영역의 공통영역이 더 작았습니다

첫날

 

원래 일정: 인천 공항에서 8시 40분 비행기를 타고 나리타 공항에 도착 - 미리 예매해둔 스카이라이너를 타고 아키하바라로 이동 - 늦은 점심을 먹은 후 숙소에 짐을 두고 아키하바라 중심 거리로 이동 - 메이드카페 체험 후 거리를 구경하다 저녁을 먹고 이후 야키니쿠 맛보기

일본은 한국과 달리 토지 대부분이 평지라 이렇게 평평한 느낌이 많이 듭니다

사실 비행기를 타고 내려도 저는 해외 여행을 왔다는 사실이 실감이 잘 안나더라고요. 공항은 어느 공항을 가나 다 비슷비슷해서 그런가봅니다. 아무튼 공항을 나와 예약해둔 스카이라이너 표를 받고 승강장으로 이동했습니다.

 

공항에서 아키하바라까지 가는데 여러 경로가 있는데, 스카이라이너를 타나 일반 지하철을 타나 걸리는 총 시간은 비슷비슷합니다. 근데 가격은 꽤나 차이가 나는데, 굳이 스카이라이너를 예약한 이유라면 공항에서 기차를 타고 이동하며 창 밖을 볼 때가 저는 여행왔다는 실감이 가장 나는 순간이더라고요. 그래서 일부러 이런 조약한 논리를 최대한 펼쳐가며 친구들을 설득해 웃돈을 주고 스카이라이너를 타게 되었습니다. 저도 풍경을 보며 가슴이 벅차오르고 친구들도 꽤나 마음에 많이 들어하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사진엔 안나와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일본의 단독주택 베란다에 걸려있는 빨랫감이 바람에 나부끼는 풍경을 정말 좋아합니다

도착 후 아키하바라 중심 거리까지 도보로 이동했습니다. 제가 일정에 정말 세밀하게 공을 들였는데, 유일하게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이 부분이었습니다. 도보로 걷기에 적당한 거리라고 생각했었는데,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이동해야한다는 점과, 이른 시간부터 비행기 탑승하느라 쌓인 피로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이 패인이었네요. 아무튼 도착하고나니 셋 다 진이 빠져서 우선 점심부터 먹고, 예정되어있던 메이드카페는 둘째날로 미루기로 했습니다. 둘째날로....미루기로 했는데....메이드 카페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나중에 후술하겠습니다.

 

큐슈 장가라 라멘 (九州じゃんがらラーメン)

저는 여행갈때 음식을 정말 많이 신경쓰는 편입니다. 주로 그 지역의 특산물이나, 그 지역에서밖에 먹을 수 없는 음식 등을 항상 우선 순위로 두고 꼭 먹어보려고 합니다. 이번에는 일본을 처음 와보는 친구가 있었기에, 제가 경험자로서(저도 사실 딱 한 번 와본 게 전부이긴 합니다만) 일본 음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을 생각해 최대한 음식의 순서 배열도 많이 신경을 썼습니다. 고민 끝에 결정한 1번 타자는 역시 라멘. 이치란 라멘을 갈까도 생각했었지만, 저번에 가보니 명성에 비해 그렇게까지 특별한 느낌은 크게 와닿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범위 내에서 유명한 맛집을 최대한 찾아봤습니다.

 

원래 대기줄이 항상 길기로 유명한 집이라는데, 저희가 방문한 시각이 점심 피크타임을 상당히 벗어난 시간이었는지라 5분정도 가볍게 웨이팅한 후 들어가서 먹을 수 있었습니다. 국물이 진한 돈코츠 라멘이 특기인 가게라고 들었기에 가장 진한 맛의 메뉴로 셋 모두 선택했습니다. 전 사실 적당히 만족할만한 맛이었는데, 같이 온 친구 두명은 모두 먹고 눈물을 흘리나 싶을 정도로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계획 짠 사람으로서 옆에서 보기 흐뭇해서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론 왼쪽에 주황색으로 보이는 명란 토핑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숙소입니다. 첫 날 사진 찍는 것을 깜빡해서 이 사진은 마지막 날 퇴실하기 직전에 찍은 사진입니다

이후엔 숙소에 들러 짐을 내려놓고 다시 아키하바라 중심 거리로 돌아왔습니다. 숙소는 최대한 싸면서도 이동하기에 나쁘지 않은 장소를 찾느라 고생을 좀 했는데, 아키하바라에서 도보로 20분정도 걸리는 현지 가정집 느낌의 게스트 하우스로 결정했습니다. 비싸고 말끔한 호텔과 비교하자면 살짝 불편한 점은 확실히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만족할만하게 이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아키하바라 역. 역 가운데 광고판에 블루 아카이브 광고가 붙어있는 사진을 자주 봤었는데, 시기가 안맞아서 다른 게임이 있더라고요. 아쉬웠습니다

첫날이니만큼 가볍게 가장 유명한 건물인 라디오 회관부터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각 층별로 책, 피규어, 트레이딩 카드 등 다양한 장르의 오타쿠 매장이 채워져있는 건물입니다. 친구B는 특히 책을 마음에 들어하길래 이후 행선지는 멜론북스 건물로 정해서 갔습니다. 저는 뭐든간에 최대한 다양한 구경을 하는 것을 좋아하고, 친구B는 쇼핑을 좋아해서(어떤 쇼핑인지 따로 언급은 안하겠습니다) 저희 둘은 물만난 물고기처럼 신나게 구경하고있었는데, 어느 순간 보니 친구A는 쇼핑에는 그닥 흥미가 없어보이더라고요. 그제서야 좀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다음날 일정을 살짝 조정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조정 내용은 밑에서.

 

히노야 카레 (日乃屋カレー)

적당히 구경을 마친 후 저녁을 먹으러 이동했습니다. 아키하바라에는 고고카레라는 유명한 카레 가게가 있긴 하지만, 조사해본바로는 여기가 더 맛집 느낌이 강하다길래 이 곳으로 정했습니다. 사진의 메뉴는 베이컨 카레인데, 보시기에 알겠지만 베이컨이 정말 두툼해서 먹는 순간 육즙이 팡 터지는 맛이 일품이더라고요. 물론 카레 맛도 정말 진하고 깊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이후엔 숙소로 귀환하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서 먹어보고 싶은 음식을 몇 개 산 후에 맛을 봤습니다. 원래 야키니쿠를 먹었어야 했는데, 저녁 먹는 시간이 생각보다 늦어져서 이것도 추후로 미루게 되었습니다.

 

다음날 일정에 원래 아키하바라를 셋이 함께 돌아다니려고 계획해둔 내용이 있었는데, 과감히 취소하고 아키하바라 내에서 각자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일정으로 변경했습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이 편이 훨씬 나았던 것 같네요. 각자 자유 행동을 하는 대신 매장을 이동할때마다 단톡방에 보고하는 룰을 정하긴 했습니다.

 

둘째날

 

원래 일정: 7시 기상 후 세면 - 도보로 센소지로 이동 후 절 구경 및 길거리 음식 맛보기 - 아키하바라로 복귀해서 점심을 먹은 후 단체로 아키하바라 탐험 - 저녁을 먹은 후 아사쿠사 강변 야경 구경

 

아사쿠사에 위치한 센소지. 엄청 큰 절입니다. 절 바로앞에 길거리 음식을 파는 노점이 잔뜩 있습니다

7시 기상 후 센소지로 이동했습니다. 숙소가 아키하바라에서 어느정도 거리가 있는 대신, 아사쿠사도 걸어갈만한 거리가 되는 위치에 있어서, 어찌보면 예상치 못한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도착했을때는 대략 8시 30분 정도가 되었는데, 너무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노점도 전부 닫혀있고 사람도 적은 편이었습니다. 나중에 노점이 문을 열 시간이 되니 사람이 정말 바글바글하게 많아졌는데, 일찍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노점이 문을 열 시간까지 절에서 오미쿠지도 뽑아보고(저는 길이 나왔습니다), 근처 강변 산책도 하고 하며 시간을 보내다 10시즈음 슬슬 문을 여는 추세이길래 돌아다니곤 했습니다. 이것저것 사먹으려는 생각으로 온 장소긴 한데, 막상 돌아다니다보니 크게 구미가 당기는 게 없어서 두어개 먹고 말았던 것 같네요. 참고로 먹으면서 걸어다니는 행위는 금지이기 때문에 제자리에 서서 다 먹거나, 다른 곳으로 가져가서 먹거나 해야합니다.

 

우나쇼 (うな匠)

이후 숙소로 돌아와 잠깐 휴식하다 점심을 먹으러 이동했습니다. 히츠마부시라고 부르는 일본식 장어 덮밥인데, 저 덮밥을 주걱을 이용해 4등분 한 후 한 조각은 그냥 그대로, 한 조각은 원하는 타레 및 토핑을 넣어서, 한 조각은 육수에 말아서, 남은 한 조각은 원하는 방법으로 먹는 음식입니다. 재료가 재료이니만큼 가격은 상당히 센 음식이지만, 다 먹고 난 이후엔 충분히 그 값어치를 하는 음식이었다고 느꼈습니다. 진짜...맛있더라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육수에 말아먹는 방법이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인은 B-!

이후에는 각자 나뉘어서 아키하바라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습니다. 저는 최대한 다양한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는 노선을 잡았는데, 사실 이 날 정했던 목적은 일본에 와서 정말 사고싶었던 책 한 권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근데 매장 대여섯개를 돌아다녔는데도 보일 기미가 안보이더라고요. 그러던 중 문득 머리를 스친 생각이 있었습니다. "인터넷으로 매장 재고를 확인해보면 되지 않나?" 바로 확인해봤더니 아키하바라에서 왕복 두시간이 조금 넘는 거리에 물량이 극소량으로 남아있더라고요. 찰나의 고민 끝에 지체없이 바로 출발했습니다. 갔다 오면 친구들과 정했던 집결 시간을 한참 지난 시간이기에 미리 양해를 구하긴 했는데, 들어보니 이 친구들도 각자 구경하는 시간이 더 필요했던 모양이라 마음 편하게 열차에 올라탔습니다.

 

하치오지역

그렇게 한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을 달려(열차가 달려) 하치오지 역에 도착했습니다. 아키하바라는 아무래도 유명한 관광지이다보니 외국인들이 정말 많이 보였는데, 여긴 거리가 꽤 있다보니 당연하게도 현지인이 정말 대부분이더라고요. 신기해서 좋았습니다.

 

아무튼 바로 매장으로 뛰어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천천히 걸어서 도착했습니다. 와 근데 이게 진짜 대박인게 아까 사이트에서 재고 극소량이라는 말을 보긴 했습니다만, 제가 도착하니 정확하게 마지막 딱 한 권이 남아있더라고요. 뇌내에서 엔돌핀 폭발하는 줄 알았습니다.

 

성공적으로 쇼핑을 마친 후 온 김에 타워레코드 매장(아키하바라 지점은 얼마 전 폐업했다고 들었습니다) 구경도 하고 아키하바라로 복귀했습니다. YOASOBI의 アイドル 앨범이 혹시나 있을까 해서 방문했던 건데, 나중에 인터넷 찾아보니 애초에 한정판으로만 나온 데다가 인기가 하도 많아서 이제와서 구하기엔 불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꿩 대신 닭이라는 느낌으로 다른 YOASOBI 앨범이라도 사가려고 했는데, 여기 타워레코드 지점에는 재고가 없는건지 안보이더라고요. 구경만 하고 나왔습니다.(스포일러: 셋째날에 결국 다른 앨범을 사긴 삽니다)

 

니쿠지루멘 스스무 (肉汁麺ススム)

복귀 후 친구들과 합류해 저녁을 먹으러 이동했습니다. 원래 계획은 오므라이스를 먹는 것이었는데, 친구들과 저 모두 "오므라이스보단 더 칼로리가 높은 음식이 먹고싶다!" 라는 의견이 일치해서 예비 식당 후보 리스트에 있던 이 식당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1~4단계까지 메뉴가 존재하는데, 위 사진은 3단계입니다. 4단계(정식 명칭은 MAX단계입니다)는 고기 양이 너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바람에 적당히 3단계 선에서 타협했습니다. 양이 정말 충분히 많더라고요. 고기를 한번 튀긴 후에 양념에 절여서 토핑으로 올렸다고 하는데, 한 입 먹는 순간 입 안에 들이차는 그 폭력적인 맛이 지친 심신을 가득 채워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일본 계란은 한국 계란과 비교해 훨씬 덜 비리다는 말을 들었는데, 옆의 날계란을 먹어보니 확실히 그 말이 진짜인가보더라고요.

 

이후엔 전날과 동일하게 편의점에 들른 후 숙소로 복귀했습니다. 편의점말인데, 여러분은 일본 가시면 꼭 쟈지우유푸딩(발음에 주의하세요)을 드셔보시길 바랍니다. 너무 맛있더라고요...친구들은 먹고 떨떠름해하던데 전 너무 좋았습니다.

 

아 그리고 제가 아까 메이드카페가 둘째날로 미뤄졌다고 했는데, 따로 언급이 없었죠? 각자 구경할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필요해서 넷째날로 다시 미뤄지게 되었습니다. 미뤄지는 과정에서 친구B가 도저히 메이드카페는 못가겠다고 잡아떼다가 결국엔 다시 가겠다고 번복하는 작은 해프닝이 있었는데, 아무튼 넷째날로 미뤄지게 되었습니다.

 

셋째날

 

원래 일정: 7시 기상 후 세면 - 신주쿠로 이동 후 식당 키오스크로 예약 - 신주쿠 구경 후 늦은 아침 - 이케부쿠로로 이동 후 게임 Ib 전시회 관람 - 시모키타자와로 이동 후 봇치 더 락! 성지 순례 - 성지 중 하나인 가게에서 늦은 점심 - 시부야로 이동 후 가라오케 체험 및 저녁 해결 - 영화 관람 후 시부야에서 이자카야 방문

 

우동신 (うどん慎)

신주쿠입니다. 사실 신주쿠는 진성 씹덕인 저희한테 크게 중요한 곳은 아니고, 중요한 건 저 우동집입니다. 9시정도에 대기 번호표를 받아놓고 10시 반정도에 줄을 서면 입장이 가능한데, 번호표의 순서 그대로 입장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앞번호를 받아놨으면 그냥 오는 순서대로 입장이 가능합니다. 대기 시간동안 적당히 근처에 있는 신주쿠 공원을 산책하다가 가게로 돌아와서 운 좋게 오픈과 동시에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시킨 메뉴는 자루우동, 오른쪽에 보이는 츠유에 면을 찍어 먹는 차가운 우동 요리였는데, 이게 면이 진짜 대박이더라고요. 식감이 정말 장난아닙니다. 근데 오픈시간에 맞춰서 왔기에 다행이지, 몇 시간씩 기다려가면서 먹을 정도냐 하면 잘 모르겠네요. 제가 또 기다리는걸 상당히 싫어해서. 사실 그래서 일부러 오픈 시간 맞게 도착할 수 있도록 일정을 짜놓긴 했습니다.

 

게임 Ib 전시회 - 게르테나전

이후엔 이케부쿠로로 이동해 한국에서 미리 예약해놓았던 전시회를 관람했습니다. 예약 사이트 특성상 일본 내 번호가 있어야만 예매가 가능한데,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서 겨우 예매하고 티켓 추첨에 당첨되어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나름 꽤 좋아했던 게임이었기 때문에 상당히 만족스러운 전시회 경험이었습니다. 중간에 방명록을 적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는데, 한국어로 몰래 작게 뭔가 적어놓고 오기도 했습니다. 제 音MAD 주력 소재가 뭔지 생각해보시면 짐작이 가실지도...

 

그 장소

이후엔 시모키타자와로 이동해서 미리 봐놓은 봇치더락 성지 순례를 하고 왔습니다. 사실 셋 중에 봇치더락을 본 게 저밖에 없어서 나머지 둘은 조금만 둘러보다가 시부야로 먼저 보내놓고, 저 혼자 신나게 사진찍고 왔습니다. 신나게 돌아다니다가 셸터 앞에 사진찍으려고 가는데, 하필 바로 앞에서 개그 공연 호객 행위를 하고 있더라고요. 저를 콕 집으면서 보러 오라고 말하는데 무시하고 그 앞에서 사진찍기엔 뭐해서 적당히 둘러대고 그냥 지나갔습니다...만 안찍고 넘어가기엔 너무 아쉬운 장소라 적당히 눈치보고 몰래 돌아와서 셸터 사진만 찍고 도망갔습니다.

 

시모키타자와는 봇치더락 성지가 있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그 야수저택이 위치한 곳이기도 합니다. 물론 지금은 다른 건물로 바뀌어서 예전 모습은 찾아볼 수 없지만, 아무튼 기념하는 뜻으로 저택 앞 위치에서 영상과 같은 포즈로(이상한 포즈 아닙니다) 사진도 찍고 왔습니다. 물론 여기 올리진 않습니다.

 

가라오케. 일본 가라오케는 요금을 인당 요금으로 책정하더라고요. 한국과는 다른 점입니다

시부야로 이동해서 친구들과 합류한 후 가라오케에 왔습니다. 사실 합류하기 전에 몰래 타워 레코드로 호다닥 달려가서 YOASOBI 앨범 사왔습니다. 나중에 집에 가서 뜯어보니 앨범 구성이 신기하고 좋더라고요. 소설을 음악으로 만든다는 그룹 컨셉 답게 소설과 삽화가 중심인 느낌이었습니다.

 

아무튼 가라오케 이야기를 하자면, 일본 가라오케는 6-7시 즈음을 기점으로 가격 차이가 크게 납니다. 그래서 일부러 6시 전에 끝나게끔 시간을 잡았습니다. 한국의 노래방은 정말 노래만 부르는 목적에 특화되어있는데(코인 노래방이 크게 유행한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본의 가라오케는 거의 PC방급으로 서비스업의 일부분이라는 생각이 드는 장소라, 정말 다양한 게 가능합니다. 중간에 음식이나 술도 시킬 수 있습니다. 저희는 메론소다랑 야키소바 시켜서 먹고 나왔습니다. 가라오케에 정말 별의 별 곡이 다 있더라고요. 한국 노래방에 없는 노래 위주로 최대한 부르고 왔는데, 만족감이 아주 좋았습니다.

 

君たちはどう生きるか - 미야자키 하야오

이후엔 영화를 보러 영화관으로 이동했습니다. 정말 운좋게도 여행 일정과 영화 개봉일이 딱 겹치는 바람에 정확히 개봉 당일날 영화를 보러 올 수 있었습니다. 다른 일반 영화였다면 뭐 굳이 해외까지 와서 영화 안보고 한국에 개봉할 때 까지 기다렸겠습니다만, 미야자키 하야오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말도 있고, 저 포스터 단 한 장 이외에는 아무런 정보도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이 개봉 당일날 감상한다는 행위의 메리트를 너무 매력적으로 만들었기에 친구들을 열심히 설득해서 보러 오게 되었습니다.

 

감상을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영화에 관한 이야기는 따로 하지 않겠습니다만, 저는 한국에 개봉하면 다시 보러 갈 생각입니다. 이외의 이야기로는, 여행 오기 약 한두달 전부터 일본어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었는데, 이 영화를 볼 때가 가장 그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본 내에서 하는 상영이기 때문에 당연히 자막은 존재하지 않는데, 공부를 안하고 왔으면 해석이 힘들었을 부분이 꽤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공부 열심히 한 덕분에 거의 99%는 전부 알아들으면서 감상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원래부터 씹덕 특유의 청해 베이스가 있었던 덕이 더 크긴 하겠지만요ㅋㅋ

 

대표 메뉴 - 닭껍질 튀김

이후엔 원래 시부야에서 이자카야를 갈 예정이었습니다만, 금요일 밤의 시부야는 정말 사람이 미친듯이 많더군요. 한국의 강남이나 홍대랑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가득했습니다. 아키하바라로 돌아가서 이자카야를 방문했는데, 한국과는 또 미묘하게 다른 그 떠들썩한 분위기가 꽤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후엔 역시나 편의점에 간 후 숙소로 복귀.

 

넷째날

 

원래 일정: 7시 기상 후 세면 - 오전은 각자 자유시간 - 아키하바라에 모여서 점심 먹은 후 셋이 아키하바라 탐험 - 우에노 공원으로 이동해 축제 구경 후 저녁

 

블루 아카이브~

전날에 신나게 술마시고 숙소 돌아와서 빨래도 하고 늦게 자느라고 무려 9시에 일어나버렸습니다. 어차피 개인 자유시간이니 먼저 일어나있던 친구A는 저희 일어나는거 본 후에 신주쿠 공원으로 떠났고, 저랑 친구B는 천천히 준비한 후 아키하바라로 이동해 저는 돈키호테로, 친구B는 피규어 매장으로 갈라졌습니다. 돈키호테에서 한국에 가지고 갈 기념품을 전부 산 후 숙소에 갖다놓고 오니 다시 집결하기로 한 1시가 되어있더라고요. 원래는 점심에 먹기로 한 메뉴가 있었습니다만, 웨이팅 줄이 있어서 대신 셋 다 가보고싶어했던 모스버거로 가서 햄버거를 먹었습니다.

 

애니메이트 최애의 아이 콜라보레이션 샵

이후에는 각자 아키하바라에서의 마지막 구경을 마치고 4시 즈음 모여서 메이드 카페를 가기로 한 일정이었습니다. 저는 마지막으로 안가본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사고 싶었던 물건을 마저 사며 돌아다녔습니다. 위 사진은 애니메이트 건물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애니메이트는 사실 첫 날에 방문한 곳인데 저 장소를 발견한 건 이 날, 즉 넷째날이 처음입니다. 건물이 생각보다 구조가 되게 복잡하더라고요. 올라가는 계단이 총 3개인데 셋 모두 올라갔을때 나오는 곳이 다릅니다.

 

아무튼 이건 이거고, 이제 드디어 메이드 카페를 가기로 한 시간이 다가왔는데, 여기서 사고가 터지고 맙니다. 여기서 말하긴 좀 그렇고...아무튼 이런저런 사정으로 메이드 카페는 스킵하게 되었습니다. 친구A는 메이드 카페 방문을 정말 기대하고 있었는데, 옆에서 보는 저도 정말 아쉽더라고요.

 

여름 축제! 빙수!

이후엔 어찌저찌 우에노 공원으로 이동해서 축제를 구경하러 갔습니다. 정말 운좋게도 딱 이 날이 축제 첫 시작하는 날이더라고요. 항상 애니메이션에서만 보던 그 그림같은 축제를 실제로 직접 보니 정말 감상이 새롭고 좋았습니다. 생각보다 유카타를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더라고요. 유카타를 입었던 소수의 사람들은 거의 전부 커플이었습니다. 좋겠네요.

 

키와미야 (極みや)

축제를 뒤로하고 드디어 제가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하던 음식인 우설을 먹으러 이동했습니다. 우설은 말 그대로 소의 혓바닥인데, 조사를 하면서 하도 맛있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 정말 기대를 한 상태에서 먹었는데도 정말 맛있더라고요. 살코기의 부드러운 식감과 곱창같은 특수 부위의 쫄깃한 식감에서 장점만 쏙 뽑아낸 그 중간 어디쯤의 식감이 정말 좋았습니다. 이 글 적으면서 사진 보니까 또 먹고싶네요.

 

숙소에 돌아와서 마지막으로 작정하고 편의점 음식을 턴 후 먹었습니다. 이 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낫또에 도전해봤는데, 역시 예상대로 먹기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들어보니 낫또는 밥이랑 먹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어쩐지 먹기 힘들더라...

 

마지막날

 

원래 일정: 귀국

 

숙소 옥상에서 본 전경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한국에 돌아가기 위해 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돌아갈때는 스카이라이너가 아닌 일반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습니다. 보통 한국은 노약자석이 비어있더라도 노약자석을 항상 비워놓기 마련인데, 미리 조사해본 바로는 일본은 노약자석이 비어있으면 그냥 앉는게 당연한 문화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다고 일부러 노약자석에 앉을 생각은 없었습니다만, 남은 자리가 거기밖에 없어서 어쩌다보니 앉아서 가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저희가 도착할 때 까지 특별히 서서 가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일본에서의 마지막 식사 - 맥도날드 사무라이 맥

공항에 도착한 후에는 평범하게 체크인하고 간단히 식사를 해결한 후 면세점 구경을 했습니다. 정말 평범해서 따로 할 말이 없네요. 셋째날 시부야에 갔을 때 시부야 스타벅스에 가서 말차 프라푸치노를 먹는 게 하고싶은 일 리스트에 있었는데(이유는 최애의 아이 애니메이션 1화 참조), 사람이 정말 너무 많아서 못했었습니다. 대신이라기엔 뭣하지만 비행기 타는 게이트 바로 옆에 스타벅스가 있길래 꿩 대신 닭 마인드로 거기서라도 말차 프라푸치노를 먹고 왔습니다. 정말 씹덕으로 시작해서 씹덕으로 끝나는 여행 답네요.

 

한.오.환.

아무튼 이렇게 정말 재미있었던 여행 일정이 전부 끝났습니다. 하고싶었던 일을 거의 다 하고 올 수 있어서 정말 좋았던 여행이었던 것 같네요. 물론 대부분이 씹덕스러운 일 뿐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마지막 남은 책 한 권을 딱 집었던 순간인 것 같네요. 과장 많이 보태서 그 책 한 권을 사려고 일본에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기 때문에...영화를 감상하던 시간이나 축제 현장을 처음 눈에 담았던 순간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영화는 사실 여행의 순간이라기엔 좀 그렇지만, 아무튼 좋더라고요. 가장 좋았던 음식은 우설입니다. 다음에 또 일본에 방문하면 그땐 좀 더 많이 쌓아놓고 먹어보고 싶은 욕심도 나네요.

 

글은 이만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제 개인 이야기 이만큼씩 주저리주저리 적어놓은 글인데 여기까지 수고스럽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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